저녁의 꼴라쥬
서브웨이 풍경 본문
퇴근시간인 5시경 압구정 역에서 구파발 행 3호선을 타고 종로 3가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건너편의 지친 비즈니스맨들이 앉은 것도 아니고 기대 누운 것도 아닌 기묘한 자세를 하고 있어서 하마터면 웃을 뻔 했다. 모양은 상당히 공공기관의 환경에서는 민망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과도한 사업처리로 경직되어진 자신들의 신경을 이완시키려는 그들의 눈물겨운 몸짓이란 것을 알게 되면 용서할 수 있는 관용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의 엉덩이를 최대한도로 전진시켜 좌석에 앉아있었는데 그들의 몸이 닿은 지하철 좌석의 끄트머리는(나는 분명 그들이 앉은 것도 누운 것도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자신들의 지친 의식을 놓아버리기 원하는 (*그리고 공공기관인 탓에 또 마냥 배째고 누워버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취하는) 현실과의 최대한의 타협 지점으로 보였다.
반면에, 젊은 친구들의 의식은 보통 DMB 기능이 되는 핸드폰에 집중되어 있었다. 대한민국의 아저씨들은 보통 자신의 디엠비로 1박 2일등과 같은 재미난 오락 프로를 즐겨보는데, 뭔가 단순하게 자신들을 즐겁게 해줄 오락을 붐비는 매니 피플many people 속 작고 반짝이는 가전제품 속에서 얻어가고 있었다. 전에 학교 도서관에서 근로 장학생 아르바이트를 한적이 있는데 창백한 건물 속에 자그만 섬들 같은 화분들을 여러 개 가져다 놓고 그것들에서 숨통을 틔시던 우리의 과장님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 지하철 안에도 우리들의 화분이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기 시작하였다. 이 한 량의 지하철 칸 안에서 밖으로 노출되어져 사용되고 있는 핸드폰만 열 두어개. 닌텐도 NDS가 하나 (어디서나 이놈은 조개처럼 입을 벌리고 있고 사용자는 젓가락처럼 펜마우스를 사용하여 자신의 여가를 집어드시고 있었다.) 그리고 미확인 가전제품 세네 개 (그들의 아늑한 품 속에서 팽이버섯처럼 이어폰만 귀를 향해 솟아오른 것들 말이다.)가 있었다. 책을 보는 이들도 두세명 되었고, 역시 우리의 비즈니스맨들은 입을 벌리고 다리를 꼬고 있다. 다리를 꼰 모양이 고통스럽게 땅 밖으로 돌출된 나무뿌리만 같다. 사실은 편안히 깊게 이불 속에 뿌리내려야 할 다리들인데 말이다.) 여기까지 살펴보다가 나는 옆사람의 구취를 참지 못하고 나의 관용심에 비해 열등한 인내심을 자책하며 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로 문 위의 지하철 노선을 확인하는 척 하며 슬쩍 문가로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