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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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서브웨이 풍경

jo_nghyuk 2009. 4. 19. 22:25

퇴근시간인 5시경 압구정 역에서 구파발 행 3호선을 타고 종로 3가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건너편의 지친 비즈니스맨들이 앉은 것도 아니고 기대 누운 것도 아닌 기묘한 자세를 하고 있어서 하마터면 웃을 뻔 했다. 모양은 상당히 공공기관의 환경에서는 민망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과도한 사업처리로 경직되어진 자신들의 신경을 이완시키려는 그들의 눈물겨운 몸짓이란 것을 알게 되면 용서할 수 있는 관용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의 엉덩이를 최대한도로 전진시켜 좌석에 앉아있었는데 그들의 몸이 닿은 지하철 좌석의 끄트머리는(나는 분명 그들이 앉은 것도 누운 것도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자신들의 지친 의식을 놓아버리기 원하는 (*그리고 공공기관인 탓에 또 마냥 배째고 누워버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취하는) 현실과의 최대한의 타협 지점으로 보였다.

반면에, 젊은 친구들의 의식은 보통 DMB 기능이 되는 핸드폰에 집중되어 있었다. 대한민국의 아저씨들은 보통 자신의 디엠비로 1 2일등과 같은 재미난 오락 프로를 즐겨보는데, 뭔가 단순하게 자신들을 즐겁게 해줄 오락을 붐비는 매니 피플many people 속 작고 반짝이는 가전제품 속에서 얻어가고 있었다. 전에 학교 도서관에서 근로 장학생 아르바이트를 한적이 있는데 창백한 건물 속에 자그만 섬들 같은 화분들을 여러 개 가져다 놓고 그것들에서 숨통을 틔시던 우리의 과장님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 지하철 안에도 우리들의 화분이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기 시작하였다. 이 한 량의 지하철 칸 안에서 밖으로 노출되어져 사용되고 있는 핸드폰만 열 두어개. 닌텐도 NDS가 하나 (어디서나 이놈은 조개처럼 입을 벌리고 있고 사용자는 젓가락처럼 펜마우스를 사용하여 자신의 여가를 집어드시고 있었다.) 그리고 미확인 가전제품 세네 개 (그들의 아늑한 품 속에서 팽이버섯처럼 이어폰만 귀를 향해 솟아오른 것들 말이다.)가 있었다. 책을 보는 이들도 두세명 되었고, 역시 우리의 비즈니스맨들은 입을 벌리고 다리를 꼬고 있다. 다리를 꼰 모양이 고통스럽게 땅 밖으로 돌출된 나무뿌리만 같다. 사실은 편안히 깊게 이불 속에 뿌리내려야 할 다리들인데 말이다.) 여기까지 살펴보다가 나는 옆사람의 구취를 참지 못하고 나의 관용심에 비해 열등한 인내심을 자책하며 그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로 문 위의 지하철 노선을 확인하는 척 하며 슬쩍 문가로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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