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바니타스 정물 본문
오른쪽 그림은 바니타스라고 하는 정물이다.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왼쪽 그림에는 포동한 아이가 마른 해골펴를 지배하고 있다. 로마인의 모습처럼 그는 해골 위에 (조상 위에) 앉아 있다. 그 해골은 아이가 기어나온 집이기도 하다. 비누방울을 아이는 날리고 있는데, 방울은 아이의 살처럼 포동하다. 북실한 아이의 머리타래의 풍성함, 머리 위에는 곱슬을 닮은 구름이 떠있다. 풍성하다.
아이가 부는 비눗방울은 곧 터지게 되어있다. 아이는 알지 못한다. 그는 비눗방울을 불고 있지만 그가 기댄 해골처럼 그가 부는 것은 곧 파이프담배의 연기가 되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비눗방울 같은 그의 눈 역시 텅 비게 된다. (우측의 해골 정물을 보라. 튤립도 살도 모래시계도,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린다. 죽음의 법칙이다.)
사람은 살아서 자신의 눈과 코와 입을 가득 채우려고 하지만 곧 비울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간은 탐욕적이지만 현재는 모래시계의 모래알이 떨어지는 좁은 틈과도 같다.
이 틈(어떻게 말하면 한 점)에 과거와 미래가 X모양으로 가로질러 교차하게 된다. 현재 밑에 쌓인 것은 과거이며 위에서 떨어지길 기대하는 것은 미래이다. 과거에는 사건이 수북이, 미래에는 가능성이 수북이 쌓여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 현재는 모래알 한 톨만 수용할 수 있는 틈이 있을 뿐이다.
바니타스 정물화는 말한다. 욕심내지 말라. 한 알씩 순종하여 비전을 이루어가라. (위에서 아래로의 방향은 순종을 지시한다.) 이것은 쌓는 것이며 동시에 그대가 소유한 것을 아래로 흘려보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