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Where I end and You begin. 본문

오랑쥬 껍질 씹기

Where I end and You begin.

jo_nghyuk 2009. 5. 26. 00:50

노무현 전대통령이 서거한 후 모든 여론의 분위기가 급전환되었으며 수사가 종결되었다. 마치 그에게 죽음을 요구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그를 비난하던 여론, 검찰, 사람 할 것없이 모두 고양이처럼 조용해져버렸다.

물론 그것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미 자신들의 행위에 놀라고 있다. 사마리아인에게 돌을 던지던 사람들이 사마리아인이 죽자 슬쩍 자리를 피한다. 그리고 그의 영정에서 애도와 동정, 찬사를 보낸다. 가족의 문제 수사의 문제 도덕의 문제가 모두 입을 다물었다. 그는 희생양이라도 한 것처럼 자신의 죽음으로 모든 문제를 잠잠하게 해버렸다. 사회는 그에게 죽음을 요구했던 것일까? 매스컴에서 떠들 듯 한나라당이 정치적 타살을 그에게 유도한 것일까?

그들도 자신들의 행위의 결과에 대해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정의는 필요불가결하다. 그러나 그 정의의 돌들이 그 사람이 견딜 수 없을 만큼의 분량으로 그에게 쏟아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항상 문제를 누구의 탓으로 돌리려는 성향이 있다. 축구를 못하면 감독이 죽고 싸이코패스가 생기면 싸이코를 죽이고 교육에 차질이 생기면 아이들이 죽어난다. 전 대통령이 탄핵직전까지 가는 것을 이미 목격했잖은가. 리더의 책임은 막중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모든 책임을 (심지어 자신이 치우지 않은 책상 아래의 양말 같은 문제까지도) 죄다 리더에게 떠넘기고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결백성을 주장하는 공동체원들-followers 의 극단적 이기성 때문이다.

개개인의 불온함이 집단 속에서 공통분모를 이루고 그것이 담론화되면 그 이면의 죄성은 슬그머니 그림자 속으로 퇴장한다. 아담은 아내를 탓하고(또한 그의 창조주를) 아내는 뱀에게 책임을 전가하지만 정의는 우리 모두를 심판한다.


너희 중 죄 없는 자가 이 여인을 돌로 치라


그들이 던지는 돌은 책임에 대한 비난이지만 자신이 감당해야 할 비난을 하얀 눈 속에 숨겨 상대방에게 던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눈싸움처럼 저가 이 정도 공격과 아픔은 감당하리라하고 던졌지만 맞은 이는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집단의 광기가 개인을 죽였다. 마음이 아프다.

 

하나님의 위로와 평안이 있기를. Rest in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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