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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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물 속 선인장

jo_nghyuk 2009. 6. 10. 01:10

비 오는 날은 여름의 시원한 틈. 우산을 쓰고 빗방울이 우산 지붕에 부딪히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지직, 지지직 엘피판 소리가 났다. 그대가 쓰고 있는 우산을 올려다본다면 축음기의 나팔입구 모양을 한 우산의 내부가 보일 것이다.
그곳은 소리가 방출되는 외부이자 너의 외부를 감싸는 우산의 내부다. 아스팔트가 비에 젖어 검게 반들반들하다. 
이제 보니 그대는 엘피판 위 바늘과 같은 인생. 지금은 어느 땅을 탐색하며 그곳에서
어떤 음악을 축음하고 있느뇨.

빗 속에서 그대의 사지_팔다리_가 조금쯤 젖는 것은 낭만적으로 권할 만한 일. 비에 젖어 거멓게 반짝이는 밤의 아스팔트를 보며 엄숙히 울렁이는 자궁의 X-ray를 생각한다. 아마도 태아는 양서류에 가까웠고 우리는 원초적으로 물이 편했을 것이다. 그랬을 것이다. 정자는 올챙이처럼 신나고 날쌔게 헤엄쳤고 태아는 개구리처럼 물 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너의 수족_팔다리_는 수족관 속에서 아무 일도 할 필요가 없었지.

 

시원한 빗 속, 개구리처럼 눈이 돌출된 차량들의 심장이 지나치게 가열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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