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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얼룩말처럼 얼록덜록한 치아를 가진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_ 그랜드 피아노가 잘 빠진 곡선을 가진 다리로 아트홀 강단 위에 귀족의 말처럼 세워져 있었다. 그 검은 말의 하이얀 치아 위를 암사자 다리처럼 피아니스트의 손가락들이 맹렬한 질주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사자가 얼룩말을 무자비하게 뜯어먹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반대로 검은 말의 티쓰teeth가 연주자의 핑거finger들을 마구 물어뜯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저, 그녀의 닳아헤진 손톱들.) 이렇게 연주자와 악기가 죽을 각오로 각축을 벌이는가 하면 어느새 둘도 없이 상냥한 연인들이 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건반은 어느새 연주자가 사랑스럽게 쓰다듬는 흑마의 갈기가 되어 있다. 이 둘이 실로 나에게 부부를 연상시켰던 것은 ..
오랑쥬 껍질 씹기
2009. 4. 28. 0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