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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오랑쥬 껍질을 씹는다는 것
암스테르담에는 시립도서관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물 위에 떠있는 모던한 도서관이고 또 하나는 길 모퉁이에 쑥스럽게 박힌 자그마한 도서관이다. 작은 도서관을 나는 사랑했는데, 8층의 카페테리아와 1층의 피아노를 품은 애플스토어같은 도서관보다, 오래되어 밟으면 삐걱대는 나무계단과 칠이 벗겨진 나무바닥, 카페라고는 1층에 있는 둘중에 하나는 고장난 커피자판기 뿐인 이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 2층 마루바닥에 앉아 에밀리 디킨슨 등을 읽으며 아이팟을 듣곤 했다. 2층의 어떤 작은 방에는 앤티크한 소파와 그림 액자, 꽃병이 놓여진 테이블만이 있었다. 그 방은 혼자 있기에 적절하게 소박하고 호화로운 공간이었고, 한명 이상이 들어가면 어색해지는 그런 곳이었다. 이 방에서 제인 오스틴이나 버지니아 울프를 읽곤 했던 것..
오랑쥬 껍질 씹기
2013. 10. 26.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