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봄이 찾아와 _ 나희덕, 어두워진다는 것, 창작과 비평사
내 말이 네게로 흐르지 못한 지 오래 되었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공중에서 얼어붙는다 허공에 닿자 굳어버리는 거미줄처럼 침묵의 소문만이 무성할 뿐 말의 얼음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따금 봄이 찾아와 새로 햇빛을 받은 말들이 따뜻한 물 속에 녹기 시작한 말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아지랑이처럼 물 오른 말이 다른 말을 부르고 있다 부디, 이 소란스러움을 용서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