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영원 (2)
저녁의 꼴라쥬
벌써 봄이다. 강아지처럼, 또는 두렴없는 어린이처럼 봄은 나에게 성큼, 다가와 품에 안긴다. 봄에 대한 기다림은 참 길었는데, 봄이 성큼, 다가오니 얼떨떨하기도 하고 벙벙하기도 하다. 도서관 홀에 앉아 조용히 신문을 보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은 참 재미있다. 그들은 어지간해서는 움직이지 않아 시간이 정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착시가 일어나기도 한다. 조용히 움직이지 않는 저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신문이나 책을 읽는 것이 삶의 습관으로 견실히 자리잡힌 것이리라. 바이마르에 이사오고 난 후에 같은 도서관, 같은 산책, 같은 연구의 리듬이 반복될수록 단정한 만족감을 느낀다.도서관에는 내가 사랑하는 드가의 화집에서부터 존경해 마지않는 후설의 저작까지 적당히 빼곡하게 꽂혀 있다. 홀에 앉으면 나의 배후를 제외한 ..
1. (2016.12.2) 느리다는 것은 멈춤에 가까운 시간이다.빠름은 시간성의 매력이며조급함은 시간의 지배를 의미하나느림은 헐거워지는 시간과도 같다. 느림은 시간의 자유이다.키에르케고르는 순간이라고 하는 정지를 통해서 영원을 유추하지만우리는 움직임과 동떨어진 정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으며정지함이 없는 움직임을 생각할 수 없다.사람은 영원을 시간으로부터 밀쳐낼 필요가 없다.누군가 추억을 떠올린다고 해보자.그는 어떤 장면을 떠올리지 핏기없는 정지된 순간을 떠올리지 않는다.추억의 장면은 느리고 긴 시간의 흐름 속에 있다. 이는 멈춤인 동시에 흐름이다.우리는 이 시간이 향유되었음을 느끼며 그 가운데 평화가 있음을 본다.‘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의식은 그러한 시간의 회복을 갈망하고 있다. 2. (2016.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