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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지인과 카페에서 이야기하다가 무심코 책상을 스윽 쓰다듬는 순간을 나는 사랑한다. 커피 잔을 감싸쥐는 습관은 언제부터였을까? 잔 자체의 온도가 아니라, 뜨거운 무엇을 쥐고 있다는 데서 나는 묘한 위안을 얻는다. 나의 유년기는 서러운 겨울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차디찬 방바닥 위의 얼어붙은 개구리처럼 꼼짝을 못하고 수일을 버티다가, 횡단보도 건너 주유소에 기름통을 들고 가서 반정도 담아오면 그것으로 며칠을 버티곤 했다. 하도 기름을 오랫동안 넣지 않아 보일러가 망가진 날에도 내 기억에 아버지는 낙천적이셨다. 어두운 날에는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훗날 군에서 죽음 한발짝 옆에 살아가면서 깨달았다. 서러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올 때면, 이상하게 저편에서 꼭 설레임의 아지랑이들이 피어오르곤 했다..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2019. 3. 13. 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