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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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어수룩한 진중함

jo_nghyuk 2012. 12. 3. 14:20

어수룩하지만 진중한 것이 좋다. 내가 말하는 어수룩함은 준비되지 않은 모습이 아니다. 준비가 된 뒤에는, 경직된 완벽주의를 버리라는 것이다. 다윗처럼 어수룩하게, 하던 대로, 가장 잘 하는 것으로, 가장 잘 맞는 옷을 입고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톰은 노래를 부를 때, 삑사리를 내는 때가 간혹 있었다. 운지가 잘못 되어 현에서 탁한 소리가 나는 때도 있었지만 그는 그대로 갔다. 그런데 나는 왠지 그것이 참 좋았다. 어수룩해서 좋았다기 보다는, 그 어수룩함 속에서만 번뜩이는 영감의 종류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대가 말끔한 완벽성을 그래도 원한다면, 나는 말하고 싶다. 만약 그대가, 어수룩함 속의 소중한 것들을 포기해도 괜찮다면, 가장 중요한 가치 하나를 잃어도 괜찮다면, 그렇게 하라. 그러나 기억하라. 완벽한 껍질을 만드느라 내면의 양분을 포기하는 것은 그다지 지혜로운 것이 아니다. 여인의 아름다움이 오히려 현숙함의 결여로 종종 이어지듯, 훌륭한 외모의 추구는 그만큼의 훌륭한 내면의 손실을 항상 요구로 한다. 

그대는 어수룩함 속에서만 단단하게 빛나는 내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넘치는 영광은 깨끗한 질그릇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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