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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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우주 쓰레기

jo_nghyuk 2009. 1. 8. 20:02
나는, 말하자면, 며칠전 내 모든 데이터(블로그 상과 워드의, 휴대폰의 데이터)를 삭제해버렸다. 몇달째 데이터 상으로 식물인간처럼 잎을 피지도, 말을 하지도 않는 글들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내게 그 글들이 너무나 추잡하고 오염돼 보이는 것이었다.이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가. 스스로 창작해놓은 것들이 모두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을 문득 알아버리는. 말하자면 낙옆 직전에 추잡하게 붙들린 잎새같이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계륵같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 때가 있다. 바지주머니에 시적 영감을 적어놓은 쪽지를 정성스레 접어 넣어두었다가 한참동안 그것을 꺼내어 쓰는 것을 잊어버렸으며 결국엔 세탁기 속에서 발견하게 되어버리는 그런 때 말이다. 잘라야 한다. 시들은 것들을, 새 것을 위해서. 집착을 버리고 새 잎새의 허리 밑에 굴복시켜야 한다. 말하자면, 옛 글들이 흐릿하고 모호하고 그래서 위험하다는 생각에 지워버렸던 것이다. 나는 글을 지운 내 행위를 옹호하며 위안삼기 위해 이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글을 조작해왔던 자기를 반성하기 위해 그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다. 이제 나에게는 몇 권의 수첩에 적어두었던 줄기들만 남았다. 이것들은 데이터 속으로 (쉽게 말하자면 워드나 블로그 상의 글쓰기 작업으로) 섬세한 가지를 뻗치고 연상을 통해 있었던, 조립되어지기 전의 원초적인 모양 그대로의 것들이다. 그리고 나는, 데이터를 지우던 당시 내 손이 닿을만한 경계의 외곽에 위치해 있었던, 우주 쓰레기처럼 인터넷 상에 떠돌아다니는 나의 미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글들은 내가 감당할 수 없이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나를 맴돌던 것들이다. 감당 안되는 궤도로 떠다니는 우주 쓰레기들을 어떻게 새로운 위성들로 환유시킬 것인가. 답은 중심central의 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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