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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우리의 마음은 자연과 같다. 그것은 나름의 체계를 지니고 있고, 또 자유롭다. 그리고 일종의 다스림 (돌봄)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돌봐주어야 한다. 너는 그것을 사랑을 가지고 돌봐야 한다. 머리는 가슴에 대한 청지기와도 같다. 주인이 아니라 청지기이다. 우리는 때로 그것이 넘쳐날 때에 보살피기도 하지만, 제어하기도 해야 한다. 그것의 종이 되어서는 안되지만, 그것을 섬겨주기도 해야 한다. 그러나 기억하라. 여전히 보살피는 동시에 다스리는 것이 청지기의 본분이며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것을. 다스리는 것이 보살핌을 앞서지 않으며 보살피는 것이 다스리는 것을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어떤 스위치 전환의 기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낮과 밤의 기능과 역할이 다르듯이, 네 시즌의 역할이 다르고 계속해서 ..
백금같이 명징하던 해가 호박죽처럼 초라해지는 시간 왕자가 거지가 되고 늑대가 개가 되며 나약해지고, 깨지고, 부들거리며, 우울하고, 어둡고, 괴로워지며, 쥐어짜는 시간 사랑에 빠진 이들의 심장처럼 곤죽이 되고, 과부하가 걸린 노트북처럼 버벅이고, 방금 꺼진 형광등처럼 놀란 맥박들이 어리둥절하고, 조용한 확신으로 기쁨의 칸타타를 흘려보내던 정원이, 시끄럽도록 슬픈 혼혈아들의 뉴올리안즈 재즈 놀이터로 변한다 윤곽이 흐릿함에도 질료는 그대로 있고 각자가 차지한 공간도 침노당하지 않았으나 빛이 아닌 어둠 속에서 세계는 비로소 벌거벗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어둠 속으로 당신의 조각들을 넘겨주기 전에, 아직 점멸하는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처럼 의식과 기회가 남아 있을 때에. 윤곽선과 흐릿함이 동시에 살아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