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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2년간의 고전어 생활이 내일부로 끝이 난다. 기초 문법을 정리하기 위해 다시 처음부터 패러다임을 복습하는데 연습장에 서걱서걱 구부러진 옛 글자를 적는 기분이 슴슴하다. 통과할 것이라고는 생각하는데 언젠가부터 통과가 목적이 된 공부를 했던가 하는 생각을 스스로 해보았다. 과정이 아니라 목적만을 효율적으로 겨누는 삶은 지루할 정도로 약삭빠르다.네, 아무튼 통과가 목적인 공부가 아니라 공부가 그 자체로 즐거움이 되었으면 한다. 최근에는 파스타 요리하는 즐거움을 알았는데 커피를 배울 때처럼 재밌다. 늘 성급하게 시작했다가 원리라는 것을 배우면서 차근차근, 넉넉하게 하는 것을 배우면서 실력이 성장한다. 저마다 걷는 길이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빨리 달리는 것이 기쁨이고, 누군가는 천천히, 누군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존재를 만드는 것은 우리 존재 자신이다. 우리는 숨 쉬기 위해 숨 쉬며, 먹고 마시기 위해 먹고 마시며, 거주하기 위해 거처를 마련하며,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공부하며, 산책하기 위해 산책한다. 이 모든 일은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이 모든 일이 삶이다. 삶은 하나의 솔직성이다. 세계에 속하지 않는 것과 반대되는 그런 것으로서의 세계, 그것은 그 안에서 우리가 거주하고, 산책하고, 점심과 저녁을 먹고, 누구를 방문하고, 학교에 가고, 토론하고, 체험하고, 탐구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그런 세계이다.”에마뉘엘 레비나스, 존재에서 존재자로, 70. 최근 새삼스레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인간은 무엇인가, 왜 밥을 먹고, 왜 사람을 만나고, 왜 숨을 쉬는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