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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요 근래 날씨가 추워지면서 선호하는 커피도 산미가 강한 것보다는 다크하고 중후한 것에 끌리게 된다. 일을 마치고 커피점빵에 가서 클레시코 블렌딩 아메리카노를 마시는데 블렌딩을 잘한 아메리카노는 어떤 핸드드립의 맛으로도 잡아낼 수 없는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듯 하다. '깔끔하다'라는 것은 손질을 잘 한 것에서 비롯되는 인상임에 틀림없다. 잘 가공된washed 원두는 깔끔한 맛을 낸다. 잘 조경된gardened 정원은 정갈한 청량감을 주고, 잘 훈련된trained 인격은 마음을 깨끗하게 한다. 산패된 원두에 머무르는 것은 확실한 나태함이고, 어떤 생의 약진도 기대하기 힘들다. 그러나 성실하게 박차를 가하는 하루하루의 고된 노력과 훈련은 '깔끔한' 미를 뽐내는 것이다. 나는 일전에 일본의 정갈한 거리와..
시를 쓴다는 것은 스시 장인이 된다는 것과 같습니다. 무엇 하나 대강 하는 것이 없이, 적절한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향한 배열이 소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돌멩이 하나의 위치도 정성스레, 바위가 땅에 박혀 있는 깊이의 정도에 대해서도 치밀하게 고민해보고, 다시 위치를 바꾸어보기도 합니다. 물줄기는 어디에 있어야 가장 쾌적한지, 어느 종류의 나무를 심을지, 그늘과 햇빛은 어느 정도의 비율을 이루어야 할지를 조정moderate해간다는 점에서 정원을 만드는 일에 비유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만의 날 것의 언어를 상대방이 먹음직한 크기로 신선하고 창의적으로 보암직도 하게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의 영양적이고 미감을 자극한다는 측면에서) 시를 쓴다는 것은 스시를 만드는 장인의 자세와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