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현상학 (2)
저녁의 꼴라쥬
“우리 존재를 만드는 것은 우리 존재 자신이다. 우리는 숨 쉬기 위해 숨 쉬며, 먹고 마시기 위해 먹고 마시며, 거주하기 위해 거처를 마련하며,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공부하며, 산책하기 위해 산책한다. 이 모든 일은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다. 이 모든 일이 삶이다. 삶은 하나의 솔직성이다. 세계에 속하지 않는 것과 반대되는 그런 것으로서의 세계, 그것은 그 안에서 우리가 거주하고, 산책하고, 점심과 저녁을 먹고, 누구를 방문하고, 학교에 가고, 토론하고, 체험하고, 탐구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는 그런 세계이다.”에마뉘엘 레비나스, 존재에서 존재자로, 70. 최근 새삼스레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다. 인간은 무엇인가, 왜 밥을 먹고, 왜 사람을 만나고, 왜 숨을 쉬는가. 생각..
나는 항상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해왔다. 현상학적 발생에 대한 두려움이랄까. 그러한 감각들이 현시되면 마치, 뭐랄까 죄를 지은 것처럼, 선악과를 먹은 후의 눈이 밝아짐의 느낌이랄까, 존재의 장이 개방되어지면서 일단의 두려운 감각이 먼저 발생하였던 것이다. 파도치는 불안하고 거친, 바다의 날씨가 그 장에 음습한다. 금방이라도 삼켜질듯한 그곳에 내가 정초할 수 있는 자리는 없어 보인다. 그곳에 가본 적 없느냐고? 글쎄, 여러번 나가보았고 수차례 파도와, 암초와, 나쁜 기후와 싸워보았고 실존적인 가치로 빛나는 여러 파편들, (파편들, 파편들) 을 얻어내기에 이르렀지. 그런데 문제는 바다에 나아가고 나면 방향타를 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표류라고도, 항해라고도 말할 수 없는 알수없는 행위를 나는 내 외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