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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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쥬 껍질 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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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_nghyuk 2022. 7. 4. 17:34

학회가 끝나고 난 후에 나는 이것이 이루어야 했던 어떤 목표 같은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에는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이 0에서 1로 나아가는 듯한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세계 안에 들어서게 되면, 1은 2가 되어야 하고 2는 3이 되어야 함을 배우게 된다. 태아였을 때에는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 같이 여겨지지만 태어나고 나면 자신이 자라나야 하는 아기임을 깨닫게 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주어지는 기회들과 더 큰 장으로 나아가기 전에, 내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를 점검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전장에 나가는 것이 용맹한 것이 아니라, 내가 전장에 나아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나는 무엇에 능하며 무엇이 취약한지를 자기 객관화가 주는 지표를 통해 냉정하게 파악하는 것이 더 본질적인 작업에 속한다. 허파에 바람이 들어가려 할 때면, 바다 깊은 곳으로 다시 자맥질해야 한다. 수면 위에 오래 있을수록 나는 피상적인 것들에 집중하게 된다. 

다시 뼈를 굳세게 단련해야 하는 때가 있다. 사실 그 훈련은 때가 있기 보다는 everyday exercise에 가깝다. 훈련은 다른 사람과 공감대를 이루지 못한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며 가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 엄밀함이 다른 이와 맞지 않는다고 불평할 필요도, 설득시킬 필요도 없다. 타인의 부드러움을 비난할 필요도 없다. 우린 가는 길이 다른 것 뿐이며 목표가 다른 것 뿐이다. 더 높은 목표를 가진다면, 자신을 작은 고기로 여기지 않는다면, 너는 고독해져야 하고, 타인에게서 오는 지지와 공감이 아니라 너 자신의 울부짖음 조차 잠재우는 법을 스스로 익혀야 한다. 그것은 불의 시련이지만 동시에 정금이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 불을 견디지 못한 금은 흐물거리는 익은 호박일 뿐이다. 시간을 지나 정금이 되기도 하고, 시간이 흘러 그냥 익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너의 선택이었다. 

그것은 언제나 너의 선택이었다. 쉬기 위해 교토를 찾을 때마다 나는 엄정함을 더 느끼며 숲 속에 들어간다. 외로움을 달래 주기 보다는 고독을 amplify하는 장소가 있다. 극렬한 부정성은 새로운 것이 솟아오르기 전에 진통하는 지평과도 같다. 나는 누구에게 매혹되는가. 엄밀함과 창조성을 동시에 갖춘 이들에게 나는 늘 매혹된다. 왜냐하면 엄밀한 작업이 없는 천진난만함은 방향성이 없고, 천진난만함이 없는 엄밀함은 따분하기 때문이다. 즐거움만큼 고통이 필요하고 고통만큼 즐거움이 필요하다. 너를 작은 고기로 여기는 순간, 네 뼈들은 성장을 멈출 것이다. 그러나 네가 여전히 새롭게 재구성되기를 원하고, 뼈를 깎는 고통에 한번 더 너를 던진다면, 너는 그 고통 가운데에 다시한번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위로는 작은 자에게 주는 사랑이고, 훈계는 동등한 자에게 보내는 신뢰이다.

스스로를 단련해야 할 때에는 시선을 바깥에 두지 말아야 한다. 소속감이란 거리두기에서 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숲으로 들어가야 하는 때가 있고,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하나님을 만나야 하는 때가 있다. 이 고독을 아는 이들은 심지가 견고하며 단단함의 확신이 있다. 자기 쇄신의 주기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자들. 그들은 시간과 함께 흘러가지 않는다. 흘러가는 대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을 흐르게 하는 어떤 것이 있음을 알고, 그것을 흐르게 하는 주체적 행동인initiative의 심장부로 대담하게 걸어들어가 새로운 시간을 창출해 낸다. 나약한 자는 권리를 자신이 챙기고 책임을 외부에서 찾는다. 그러나 자신이 이미 책잡혀 있는 존재임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강해질 수 있다. 강한 자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습관에서 벗어나야 나도 강해지는 길로 들어설 수 있다. 골방에 들어가 두시간은 기도해야 한다. 숲으로 들어가 하루종일 무딘 칼을 갈아보아야 한다. 

그래서 1에서 2로 넘어가는 것은 0에서 1이 되는 것보다 어렵다. 소포모어 징크스는 자신을 비울 때에만 극복할 수 있다. 그것은 허황된 마음을 인질삼고 있기 때문이다. 1에서 2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1을 다시 0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인정에서 오는 가치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그것이 되어져야werden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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