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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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랑쥬 껍질 씹기

노보리,베츠니

jo_nghyuk 2025. 9. 4. 17:52

2024년 나의 일본 열도 반주 여행은 달리는 것 자체에 기쁨이 있었다.

2025년의 홋카이도 여행 또한 정주하는 동시에 달리는 여행이었다. 히라가나로 쓰여진 노보리베츠登別역에 내려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고자 우리는 낡은 유황온천탕을 가진 오래된 료칸에 묵었다. 밤에는 나방과 싸웠고, 아침에는 산과 싸웠다. 내 여행은 휴가보다는 산행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전차와 택시와 기차를 번갈아 타며 질주하기도 했지만 아침에는 삿포로 ABC 마트에서 산 러닝화를 신고 달리고 저녁에는 시내를 걷고 또 걸으며 만화책을 사고 라멘을 먹었다.

북오프에 가서 이노우에의 바가본드를 한권에 120엔을 주고 열권 정도 담아왔다. 괴수8호는 편의점에서 새 책으로 샀다. 매번 캐리어를 꽉 채우는 만화책들을 보며 아내를 한숨을 질타와 함께 내뱉지만 나는 만원에 열권을 살 수 있는 이 기쁨을 포기할 줄을 모른다. 한권을 읽을 때마다 캐리어 맞은편에 담아온 컵누들 하나를 까는 기쁨, 가장의 하루일과의 끝에 자리한 소소한 낙. 덕분에 한자나 일본어 공부에 다시 동기부여를 얻어서 일과가 끝나면 사무실에서 조용히 일본어를 끄적이다 집에 돌아온다. 다음번에 시게키 상을 만나면 그때는 문법이 되는 말을 좀 하고 싶다. 

방학이 지나고 다시 철학 스터디를 준비한다. 이번에는 헤겔이다. 경계를 넘어서는 헤겔은 지금까지 나를 한정하던 것을 부정함으로 무한에 나아가고자 했다. 그러나 무한은 어떤 것을 배제하면서 무한일수 없으므로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야 한다. 나는 현해탄을 건너고, 삿포로에서 하코다테로 질주하고, 노보리베츠 화산을 오르고, 삿포로 시내와 오타루 운하를 횡단하여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처음에는 혼자서, 다음에는 둘이서, 그 다음에는 셋이서 넷이서 시게키 상을 만나는 것을 반복 중이다. 목사님은 이번에는 교회 멤버들을 데려올 차례라고 말하며 빙그레 웃었다.

노보리베츠의 온천수에 몸을 담그면 휴식이 찾아올지 모르나 정작 이 활화산 자신은 산정에서 뜨거운 온천수를 김과 함께 내뿜는 일을 쉬지 않는 중이다. 활동중인 화산 덕분에 내가 쉼을 누리는 것이다. 아들은 다녀와서 화산 공부 중이고 나는 일본어와 러닝의 취미가 생겼다. 물성을 가진 만화책과 러닝화를 굳이 캐리어에 넣고 비행기 짐으로 부쳐서 가져오는 억척스러운 수고가 새로운 취미를 태동시킨다. 우울감은 편안함을 동반하여 나를 늘어뜨리게 할지 몰라도 나는 활화산과 같이 다시 타오를 것이다. 질주할 때에 생기는 열기만이 나를 다시 새롭게 할 수 있다. 

 

노보리베츠의 활화산, 열심히 활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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