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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결핍의 담백함
더 가지고자 하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 무언가를 더 가지고자 하는 마음의 상태 자체가 불행이다. 자족하는 마음은 결핍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된다.사람은 지루함을 피해 소일거리를 찾는 본성이 있지만 행복 자체를 위해 일락을 추구하는 정신에는 쉼이 깃들지 못한다. 약간의 지루함은 오히려 창의적인 놀이의 동기가 되고 약간의 결핍은 생의 리듬을 담백하게 매듭짓는 마디가 된다.
오랑쥬 껍질 씹기
2019. 1. 29. 17:51
저녁의 현상학
그 프랑스인이 내 이름을 저녁, 하고 부를 때 나는 모든 윤곽이 흐물흐물, 뭉개지는 것을 보았다. 그러니까 그 프랑스 교수는 jo를 먼저 발음하고, ng가 자신의 나라에서 발화되는 방식으로 내 이름을 읽었던 것이다. 한국에서라면 jong hyuk종혁하고 발음할 것을 그 프랑스인은 jo nghyuk줘뇨끄라고 읽었는데, jong에서의 ng가 뒤로 밀려나면서 hyuk에 붙어서 마치 avingon*아비뇽의 ng처럼 새로운 화학작용이 일어난 것이다.안경을 벗고 사물을 보듯이, 나와 너 사이에 모호하고 부드러운 것으로 가득할 때가 있다. 분명한 것들이 힘을 잃고 곤죽이 되고 으스러지고 비틀어지는 저녁의 시간이 올 때가 있다. 온갖 창조성으로 가득한 시간. ng가 jo 뒤에 붙어서 종이 되기도 하고, hyuk 앞에 ..
오랑쥬 껍질 씹기
2019. 1. 18. 0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