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4/09 (3)
저녁의 꼴라쥬
숙소에서 머핀과 커피를 아침으로 하고 우버를 타고 도쿄 역으로 향했다. 어제 저녁부로 도카이선이 운휴하였고 도호쿠선까지 운휴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신칸센 승강장으로 향했다. 미래는 의뭉스럽다. 시게키 상은 우리는 내일을 모른다고 말했다. 다행히 기차는 하코다테까지 열심히 달렸다. 후쿠시마와 센다이 지역을 지나고 모리오카와 아오모리를 지나 하코다테에 다다르자 개찰구 앞에 시게키상이 있었다. 우리는 성게가 포함된 스시를 먹고 모토마치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츠타야 서점에 가서 나는 만화책과 음반을 샀다. 옆에서 차분하게 기다려주는 시게키상이 아버지처럼 느껴졌다.나는 누군가의 아들이었다가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었다. 살아가면서 배역이 스위칭될 때가 있다. 아들이었던 사람이 아버지가 되고..
5시에 눈이 떠졌다. 숙소 근처의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드리고 청수사와 난젠지 일대를 산책했다. 수로각 아래 앉아 한참을 빗소리를 들었다. 정주하기 위해 온 여행에서 나는 이 땅의 것들의 덧없음을 받아들이는 중이다. 지나가야 다가오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고 교토에 머무를수는 없다. 거대한 수증기가 나를 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없지만 위협적인 바람을 피해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향했다. 거센 비로 인해 나고야 부근에서 발이 잠시 묶여 있었지만 비교적 무사히 도쿄에 도착했다. 그날 저녁 뉴스에서는 내가 건너온 도카이선을 운휴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우연의 일치인지, 내 트랙리스트에는 파도의 포말이 그려진 힐송의 독일어 버전이 있었고 이날 나는 호쿠사이의 파도 그림을 보았다. 우버를 타고 기요스미 지역..
과거의 흔적이 현재를 만나면 기억이 재구성된다. 기억 뿐 아니라 현재도 재구성된다. 간사이 공항에서 나오며 나는 교수님과 처음 컨택을 하던 때와, 교수님과 함께 이곳으로 향하던 때를 떠올렸다. 지금의 나와 기억 속의 두 나는 모두 같은 신칸센 안에 있다. 태풍은 가고시마에 머물고 있었다. 신칸센은 당장 운휴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일본 뉴스는 말하고 있었다. 내 현재가 태풍이 갈겨대는 잭슨 폴록스러운 즉흥 추상화같이 여겨졌다. 이상하리만치 느리게 움직이는 태풍의 추격을 받으며 나는 생각했다. 세계는 가능성으로 가득차 있다. 나 또한 운동하고 있으며 저 태풍처럼 자신의 바깥으로 뻗어나가며 존재한다. 태풍이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이지 않듯이, 나 또한 무언가를 타고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도지역에 도착했다. 이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