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라는 말은 여호와께 주권을 인정하며 맡기고 결과를 순복하겠다는 삶의 자세이다. 이 한쪽 편의 신앙_ '내려놓음'에 치중한 나머지 지나치게 되면 쉬운 신앙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결과에 대한 집착이 없어지는 것은 좋은데, 관심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이것이 오히려 회의론자 내지는 염세주의자가 되게 할 수도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의 노력이 아닌 은혜로 하는 것에 있어서, 그것이 '전적인 은혜'라는 말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전적인 은혜라는 것이 전적인 포기, 아니, '전적인 널부러짐'은 아니지 않은가. 언젠가 아버지께서 "하나님의 은혜에 발 맞추어 가기 위한 '페달 돌리기'에 게을리 하지 말라"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모든 일을 이루어 가시는 것은 하나님이지만 하나님..
Mari Vitikka 키예프 UofN에서 만난 Finish DTS 팀이었다. 매리앤이 나와 아샤에게 100유로를 플로잉해준 덕에 핀란드 팀과 친해져서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었는데, 핀란드 사람들은 관계에 있어서 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며 보통 유럽 사람들과 그런 점에서 좀 다르고 이상하다는 표현을 했다. 나는 한국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하지만 친해지고 나면 수더분해지지 않더냐고, 맞다고 마리는 말했다. 하지만 마리는 그 팀 중에서 가장 활달한 아이였고 프랜들리한 따뜻해보이는 친구였다. 한국에 와서도 먼저 연락한 것은 마리였다. 정말 핀란드 사람이라 그런지 피부는 얼음처럼 하얫고 머리칼은 북반구 태양처럼 눈에 잡히지 않는 눈부신 컬러를 하고 있었다. 그 성격도 그녀의 색감 만큼이나 밝았다. 장난기많은..
라이브 부틀렉들은 정규 앨범에 대한 각각의 다른 이펙터가 걸린 ep앨범들이다. 어느 앨범에서는 보컬의 화음이 달라지고, 악기의 연주가 길어지거나 보컬이나 기타나 돌연 소리를 꽥 지르기도 하고, 헐떡이거나 웃거나 실수하거나 신음하거나 화를 내는 등 정규 앨범의 정갈함에 도전하여 그것을 긁고 잘라내고 다시 붙이는 새로운 꼴라쥬와 같은 양상을 보인다. 앨범이 6장이라면 셋리스트에는 1번이 6집, 2번이 2집, 3번이 4집 이런 순으로 마음껏 트랙리스트의 트랙들을 열차가 오기전에 방향을 조절하듯 변형시키고 이어 붙일 수 있는 것이다. 관중은 이 즐거운 열차에 타 마음껏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산타 바바라 공원의 외침이 다르며 하이네켄 홀의 절규가 다르고 수퍼 아레나의 환호의 소리의 종류가 또한 다르다. 부틀렉마..
몇 주전에 향방 작계 훈련을 받았는데 또 동미참 훈련이 나왔다. 귀국하고 서울에 온 다음 날에 집 대문을 두드리며 동대 행정계원이 "선배님, 훈련 꼭 나오셔야 합니다" 라며 통지서를 주고 갔다. 해외에 나갔다가 한국에 다시 돌아오며 느낀 점 두가지는, 서울은 엄청나게 발달된 괴물스러운 첨단의 도시 (교통, 전자 면에서 특히) 라는 것과 우리는 아직 "휴전 중"일 뿐인 분단 국가라는 것이다. 외국에서 LG와 SAMSUNG등의 선전을 보고, 우리 나라 반도체 산업이 정말 최강이라는 것과 건재한 HYUNDAI 차를 보고 '아, 우리나라는 정말 대단한 나라였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정말이지, 유럽에서는 한국이나 일본 등을 제외하면 어떤 아시아 국가의 브랜드도 찾기가 힘들었다. 노트북이나 몇몇 전자 제품은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