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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10월 18일의 수기, Ent-Spiritualisierung
느리게 살고자 한 것이 아니라, 느린 시간을 보내야만 했었던 걸까? 그것이 어쩔 수 없음이었다면, 그것은 변명이 아닐지는 모르나, 허물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 고치를 탈피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온도가 쌓이며 나를 품어야만 했는가. 분명한 것은 그 품어짐으로 인해 나도 다른 허물들을 조금이나마 품는 법을 배우고, 느리지만 함께 그 시간을 통과하는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 애초부터 잘 달리는 경주자였다면 주위를 둘러보는 긍휼이 내 안에 싹 틔울 수 있었을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지금의 시점은, 이러저러함의 시덥잖음들을 조금은 시원하게 벗어던질 때라는 것을 직감하기 때문이다. 느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속도를 찾고 싶었다. 나는 느린 사람인가, 빠른 사람인가. 나 자신 안으로 천착할 때에..
오랑쥬 껍질 씹기
2019. 10. 18.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