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연인들 혹은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여 서로의 관계가 의식과 경계의 국경에 있는 두 남녀가 주고 받는 메시지mms는 가만보면 서신교환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화학적인 피드백feedback에 가까울 때가 참 많다. 연인들은 상대방의 메시지가 가지는 기의signifie보다는 상대의 기표signifiant가 '지시하는 것'이 아닌 '암시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메시지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때 두 연인이 주고 받는 mms는 그저 넘쳐나는 기표이며 기호일 뿐이며, 그 기호들은 오직 만남을 향한 화살표들arrows 뿐인 거다. 서로는 상대방의 심장에 계속해서 그 화살들을 꽂아대고 화살이 꽂히는 그 쾌감들이 "연인이 되기 전" 단계에서 모든 포스트_연인post-lover들이 가장 짜릿해하는 감정이요 탐닉하고 천착하는..
4월 17일 지하철 택배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바로 편하게 지하철을 그대로 타고 길음역으로 오는 방법을 나는 선택했는데, (사실 나는 길음역을 통해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아무리 빠른 걸음으로 축지법을 써도 13.5분 정도가 걸리는 지하철역과 교회의 애매한 거리 때문이었다. 마을버스 두어 정거장은 거뜬히 먹어치울 거리.) 이 날은 이렇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역에서 교회로 오려면 현대 아파트 단지를 반드시 돌파해서 와야 하는데, 아파트 단지를 꽃들이 화관처럼 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당시 보행과 독서를 동시에 하고 있었는데, 잠시 베르테르의 서신에서 눈을 떼어 꽃들 위에 어스름이 슬그머니 내려앉고 있는 현장을 포착하게 되었다. 아직은 책을 읽기에는 충분한 자연광이지 않은가, ..
퇴근시간인 5시경 압구정 역에서 구파발 행 3호선을 타고 종로 3가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건너편의 지친 비즈니스맨들이 앉은 것도 아니고 기대 누운 것도 아닌 기묘한 자세를 하고 있어서 하마터면 웃을 뻔 했다. 모양은 상당히 공공기관의 환경에서는 민망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과도한 사업처리로 경직되어진 자신들의 신경을 이완시키려는 그들의 눈물겨운 몸짓이란 것을 알게 되면 용서할 수 있는 관용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의 엉덩이를 최대한도로 전진시켜 좌석에 앉아있었는데 그들의 몸이 닿은 지하철 좌석의 끄트머리는(나는 분명 그들이 앉은 것도 누운 것도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자신들의 지친 의식을 놓아버리기 원하는 (*그리고 공공기관인 탓에 또 마냥 배째고 누워버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취하는) 현실..
차원이 다르다는 것은 내가 아무리 그의 귀에다 대고 어떤 말을 한다 하들,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꿈을 꾸고 있으므로 나의 말은 그의 꿈 속에서 왜곡distortion되어져서 –컬트적이든, 아니든, 플롯이 서사적narrative이든, 부조리극 형식이든 상관없이 그의 꿈 위주로(혹은 범주 안에서) –해독(혹은 암호cord화)되어진다는 얘기다. 내가 올바르게 메시지message를 전달하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흔들어 깨우기. 촉각은 이런 때 청각보다 더욱 현실적realistic인 감각인 것이다. (실제로 꿈 속에서 크게 다친다거나 해도 우리가 그다지 큰 통각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 그 사실의 근거가 되어준다. 촉각은, 외부outward에서 수행되어지는 감각인 까닭이다.) 흔들어 깨우지 않고서는, 그의 닫힌s..
유행이란 그런 것이다. 어떤 특이현상이 사회 안에서 공통적으로 오버플로우overflow하는 것. 예를 들어 빨간, 노란, 파란, 형광계통의 바지를 유행시기 이전에 입은 개인은-그리고 그것이 일정 집단적인 현상이라 해도 그것이 여전히 마이너minor적인 흐름이라면 그들은 전체집단에 의하여 괴짜weirdoes로 단죄당하게 된다. 유행은 마치 담론과도 같아서, 주류mainstream에 의하여 운동하여야만 그것이 공인되어질 수 있는데 이렇게 다양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이 승인되어질 수 있다는 것은 그에 따르는 역사적인 근거, 즉 사회적인 요구가 먼저 발생하였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의 예를 들자면, 김수환 추기경의 추모행렬을 통해 우리는 현재 한국사회 안에서의 공통적인 요구(또한 이것은 역사적인 맥락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