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예전에 시계방에 시계를 고치러 간 일이 있다. 부모님이 중국에서 MONTBLANC 짝퉁 시계를 2만원을 주고 사오셨는데 역시나 몇 달되지 않아 고장나 버렸던 것이다. 연로하신 시계방 아저씨는 몽블랑의 기표를 이게, 무어야. 몬_티 블란_씨 라고 자의적으로 발음하셨다. 자신이 알고 있는 외부의 것들을 배제하는 기표해독. 어쩌면 나도 좁은 세계 안에서 외부의 기표들을 해독하려는 노력도 안한체 스스로 갇혀 있는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지하면 편협하다. 글로벌을 모르는 이에게 물 밖은 텅 빈 외계이며 나라의 언어는 기의가 없는 기표가 될 것이다. 그에게는 자신의 좁은 궤도만이 있을 뿐이며 외부의 모든 궤적과 궤도들은 그에게 이물감을 들게 할 뿐이다. 놀랍다. 이런 이에게는 안드로메다 은하도 우리의..
드라마 『CHANGE』를 요즘 보고 있다. 일개 시골 초등학교 교사인 아사쿠라 케이타가 일본 정국에 입성해서 총리가 되어 국정을 맡는 스토리인데 사실 케이타에게 진한 카리스마나 탁월한 결단력이 있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 같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와 같은 이미지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자신의 신념과 정직이 있으며 그것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중심이 있었으며 사실 탁월함은 그의 동료들에게 더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다른 사람을 세워주는 섬김의 기술」이 아닐까. '팀웍이 생명'이라고 말하는 그 안에서 사실은 자신이 그 중심에 서고 싶은 야욕은 모든 이가 도전받는 유혹이다. 드라마에도 계속해서 그런 그릇된 야욕을 버리지 않는 정치가가 '팀웍'을 흐리는 모습이 보여진다. 이 드라마는 현재의 일본 정..
오른쪽 그림은 바니타스라고 하는 정물이다. 인생의 덧없음을 상징한다고 한다. 왼쪽 그림에는 포동한 아이가 마른 해골펴를 지배하고 있다. 로마인의 모습처럼 그는 해골 위에 (조상 위에) 앉아 있다. 그 해골은 아이가 기어나온 집이기도 하다. 비누방울을 아이는 날리고 있는데, 방울은 아이의 살처럼 포동하다. 북실한 아이의 머리타래의 풍성함, 머리 위에는 곱슬을 닮은 구름이 떠있다. 풍성하다. 아이가 부는 비눗방울은 곧 터지게 되어있다. 아이는 알지 못한다. 그는 비눗방울을 불고 있지만 그가 기댄 해골처럼 그가 부는 것은 곧 파이프담배의 연기가 되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비눗방울 같은 그의 눈 역시 텅 비게 된다. (우측의 해골 정물을 보라. 튤립도 살도 모래시계도,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린다. 죽음의 법칙이..
당나귀에 대한 설명 당나귀는 동물분류학상 말·얼룩말과 함께 말속(屬)을 형성하고 있다. 당나귀의 기원은 가축화된 것과 야생의 것 두 가지가 있는데, 야생의 것에는 아프리카 야생당나귀와 아시아 야생당나귀가 있다. 아프리카 야생당나귀는 아프리카 북동부에서 남부지방에 걸쳐 살고 있다. 몸의 크기는 큰 개 정도이며 좀더 큰 것도 있다. 힘은 세지만 성질은 소심하다. 아시아 야생당나귀는 시리아 ·아라비아·이란·티베트·몽골 등지에 살고 있다. 몸의 크기는 대체로 말과 당나귀의 중간 정도이다. 다윈은 아프리카 야생의 누비아당나귀(E.a.africanus)를 오늘날 당나귀의 선조로 취급하였는데, 켈러는 아시아 야생당나귀를 당나귀의 원종으로 취급하고 있다. 현재는 아프리카 야생당나귀가 가축화된 것이라는 게 정설화되어 있..
얼룩말처럼 얼록덜록한 치아를 가진 스타인웨이Steinway & sons_ 그랜드 피아노가 잘 빠진 곡선을 가진 다리로 아트홀 강단 위에 귀족의 말처럼 세워져 있었다. 그 검은 말의 하이얀 치아 위를 암사자 다리처럼 피아니스트의 손가락들이 맹렬한 질주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사자가 얼룩말을 무자비하게 뜯어먹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반대로 검은 말의 티쓰teeth가 연주자의 핑거finger들을 마구 물어뜯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저, 그녀의 닳아헤진 손톱들.) 이렇게 연주자와 악기가 죽을 각오로 각축을 벌이는가 하면 어느새 둘도 없이 상냥한 연인들이 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건반은 어느새 연주자가 사랑스럽게 쓰다듬는 흑마의 갈기가 되어 있다. 이 둘이 실로 나에게 부부를 연상시켰던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