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52)
저녁의 꼴라쥬
재즈의 출생지는 도시였다 뉴올리언즈 출생인 그는 혼혈아었고 브뤼콜라쥐bricolage였다. 그의 아버지는 저녁의 얼굴빛을 하고 있었다. 누구도 대낮에 뮤트트럼펫을 연주하지는 않는다. 재즈 트랙들은 노선도에 개의치 않고 역들을 무심하게 건너뛰는 급행열차같은 것이다. 타이틀은 사라지고 음들의 기후atmosphere로만 우리는 이 지대를 탐험할 뿐이다. 때로 다른 타이틀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범위 안에서 그들의 유사한 기후로 인해 하나의 친숙한 군group으로서 느껴지기도 하는데 마치 엄연히 다른 국가지만 같은 밀림 습지대에 속한 여러 족속처럼 모든 타이틀이 섞여 하나처럼 들리는 것이다. 음계들의 공통성단. 그들의 아버지는 저녁의 얼굴색을 하고 있다.
후루룩 소나기같은가락빨아들이면 속이 빈 듯한 찬 듯한 _ 가랑비 내린 듯한 뱃속
j는 구부러진 억압된 왜곡된 소문자 i i의 소극성은 외부로 분출하지 못하는 억압의 결과를 낳고 à 병리적 현상은 à 내부로 구부러뜨리는 = 순환/ 이상하지, 내면에서 내면으로 순환하는 Circle line j = 자기 천착을 위한 갈고리의 형신形神 j 왜 너는 얘기를 하지 않지, 선배가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잘 어울리잖아 제이는 뒤에 있는 것이 좋았다고 그냥 그것 뿐인데용 언제나 제 이의 사람 제이 차선Plan_B를 좋아해서 올웨이즈 옆 차선으로 빠지는 사람 J는 곱슬곱슬 동시대인들은 직모를 두개골에 심는다 그래서 J는 스케치보단 스케치북 주변부의 스프링에 가까워 보이는 데생 넌 너무 생각이 많아, 생각을 자제하고 손을 움직여 미용실 원장이 j의 손을 미용 가운으로 가리고 머리칼/상상과=데셍을 자의..
전통 궁궐 건물은 그 자체가 하나의 견고하고 복잡한 한자漢字 언어 형상 같기도 하다. 전통 가옥의 지붕은 꽤 크고 검은데 한자의 갓 (예를 들어 字 라고 하면 子자 위에 씌운 갓)을 연상케 하는 모양을 하고 있다. 현대로 오면서 건축물들은 현대인들과 함께 갓을 던져 버렸다. 그건 서구화의 징후이기도 했다. 과거였다면 기와지붕과 갓의 부재는 천함의 표식이었으나 실용주의는 거추장스러운 지붕과 갓을 단호히 벗어버리게 했다. 곡선, 복잡, 삐침의 중국적인 미학
그러니까 그 젊은이의 차 바퀴가 노인의 운동화를 절반이나 짓이기고 있었다 노인은 굳게 잠긴 표정을 하고 허물어졌다 허공에 몇 번인가 손사래인지 허우적인지 분간 안 되는 노인의 어중간한 형상이 아직도 고정되어 있었다 나는 차 안으로 댁의 타이어가 노인의 발을 씹고 있다고 중얼거렸다 타이어가 멈추고 젊은이가 내렸을 때 노인은 여전히 주저앉아 있었다 좁은 골목 사이로 노인들이 몰려들었다 들어오고 나가려는 차들이 미어졌고 젊은이들은 차 안에서 노인들에게 경적을 울렸다
연인들 혹은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여 서로의 관계가 의식과 경계의 국경에 있는 두 남녀가 주고 받는 메시지mms는 가만보면 서신교환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화학적인 피드백feedback에 가까울 때가 참 많다. 연인들은 상대방의 메시지가 가지는 기의signifie보다는 상대의 기표signifiant가 '지시하는 것'이 아닌 '암시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메시지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때 두 연인이 주고 받는 mms는 그저 넘쳐나는 기표이며 기호일 뿐이며, 그 기호들은 오직 만남을 향한 화살표들arrows 뿐인 거다. 서로는 상대방의 심장에 계속해서 그 화살들을 꽂아대고 화살이 꽂히는 그 쾌감들이 "연인이 되기 전" 단계에서 모든 포스트_연인post-lover들이 가장 짜릿해하는 감정이요 탐닉하고 천착하는..
퇴근시간인 5시경 압구정 역에서 구파발 행 3호선을 타고 종로 3가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건너편의 지친 비즈니스맨들이 앉은 것도 아니고 기대 누운 것도 아닌 기묘한 자세를 하고 있어서 하마터면 웃을 뻔 했다. 모양은 상당히 공공기관의 환경에서는 민망한 것이었지만 그것이 과도한 사업처리로 경직되어진 자신들의 신경을 이완시키려는 그들의 눈물겨운 몸짓이란 것을 알게 되면 용서할 수 있는 관용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들은 자신들의 엉덩이를 최대한도로 전진시켜 좌석에 앉아있었는데 그들의 몸이 닿은 지하철 좌석의 끄트머리는(나는 분명 그들이 앉은 것도 누운 것도 아니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자신들의 지친 의식을 놓아버리기 원하는 (*그리고 공공기관인 탓에 또 마냥 배째고 누워버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취하는) 현실..
어렸을 적부터 언어는 나에게 장난감같은 유희의 대상이었다. 모든 이에게 놀이기구가 친숙하면서도 정작 자신을 그것에 탑승시켰을 때는 엄청난 낯설음이 체험되어지며 또 그 체험을 즐기는 것처럼, 나또한 친숙한 언어로부터 낯섦을 체험하며 은밀히 즐거워하며 살아왔다. 세살 무렵부터 내가 언어를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고 부모님은 일찍이 알려준 적이 있다. 언어는 참으로 큐빅과도 같아 그것을 끼릭끼릭 돌리고 비틀어 조합하다 보면, 참으로 신기한 모양을 취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큐빅을 정말 못 하는데, 큐빅은 언제나 한 개의 종착역만을 목적점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에 나는 멀미를 느낀다. 하나의 목적점만 있을 뿐이라는 사실은 대단한 억압감과 강압을 수반하는 까닭이다. (지금 브라운관 속에선 우주전쟁의 트라이포트..
영혼과 반응하여 몸이 진동하여 폭발하는 것, 그것이 춤이라고 생각한다. 정靜과 동動이 만나는 지점, 혹은 시점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는데 나는 불꽃들이 모여 별자리 모양을 이루는 것을 춤이라고 부른다. 영혼은 소리지르고 싶어한다 영혼은 부르짖고 싶어한다. 공교하게 의도된 정조준이 아니라 차라리 무차별 난사에 가깝고 이 영혼의 무차별 난사가 몸의 겨드랑이와 가랑이 사이로 불거져 나오는 것을 우리는 춤이라고 부른다. 동작movement은 서술적이고 움직임motion은 묘사적이다. 이 서술과 묘사가 브로드broad한 줄기와 센시티브한 가지를 뻗쳐간다. 다만 스스로를 지워가며 자신을 재생산하는 모양은 재즈의 alternate take number들에 가깝고, 수없는 선들의 스케치에 가까우며, 시인 보들레르Baude..
3분 10초대부터 심각하게 몰입한 안경재비를 보라.건반을 두드리는 빌리를 보면 타이프라이터기를 치는 작가가 연상된다. 피아니스트의 왼손은 화성을 제시하고 오른손은 제시된 화성으로 방향타를 잡고 멜로디의 집을 건설해간다면작가는 왼손으로 만든 자음의 활에 오른손으로 ㅏ ㅓ ㅗ ㅜ등의 모음의 화살을 맞춰 작가 자신의 상상력이 겨냥하는 정확한 지점으로 언어를 쏜다.이 둘의 공통점이라면 자신이 쏜 화살이 과녁을 제대로 맞출 것인지, 의도했던 건축이 완공될 것인지의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벽돌을 쌓아 올리고, 화살을 쏘아대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