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의 꼴라쥬
나희덕 시인께서 드디어 신학교에 오셔서 문학 강의를 해주셨다.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질문들이 화산의 라바처럼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아서 차마 공개적인 질의응답 시간에 하지 못하고 강의가 끝난 뒤에 집에 가셔야 하는 교수님과 시인을 붙잡고 이것저것 질문공세를 해버렸다.사실은 시에 대한 컴플렉스 내지는 억압기제가 있었나 보다.그 기원은 나의 지인들에게서, 그리고 뛰어난 역량을 가진, 동시에 그 세밀한 조탁 능력 때문에 다소 주관이 뚜렷한 작가인 친구에게서 발원하는데, 나의 내면에는 이미 타자의 시선이 내장되어 있어서 자기 검열작업이 나의 시에 끊임없이 칼질을 해댔던 것이다. 미용실에서 정형화된 팜플렛 속의 헤어 스타일에 국한되어 선택하는 사람의 심정처럼, 나는 자가예프스키가 말했던 시의 미친 달리기를 버리고 '..
시편 4편“Sola!” (도입부) 오늘은 종교개혁기념 주일입니다. 여러분, 마틴 루터라는 사람을 아시나요? 지금의 기독교 교회가 있기 전에, 16세기까지 모든 교회는 동방의 정교회와 서방의 가톨릭 교회였습니다. 우리가 아는 중동아시아 지역에는 동방 정교회가 있었고, 유럽의 지역에는 가톨릭 교회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톨릭 교회에서 죄를 사하는 데에 있어서 면죄부라는 것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헌금을 하는 사람에게 죄를 사해준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모두 죄인이고, 죄를 짓기 때문에 면죄부를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면죄부를 판매한 이유인데요. 당시 가톨릭의 재정 상황이 안좋고, 교회 건축이 필요한 상황이라서 사실은 면죄부를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또 가톨릭은 예수님의 ..
암스테르담에는 시립도서관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물 위에 떠있는 모던한 도서관이고 또 하나는 길 모퉁이에 쑥스럽게 박힌 자그마한 도서관이다. 작은 도서관을 나는 사랑했는데, 8층의 카페테리아와 1층의 피아노를 품은 애플스토어같은 도서관보다, 오래되어 밟으면 삐걱대는 나무계단과 칠이 벗겨진 나무바닥, 카페라고는 1층에 있는 둘중에 하나는 고장난 커피자판기 뿐인 이 도서관을 자주 찾았다. 2층 마루바닥에 앉아 에밀리 디킨슨 등을 읽으며 아이팟을 듣곤 했다. 2층의 어떤 작은 방에는 앤티크한 소파와 그림 액자, 꽃병이 놓여진 테이블만이 있었다. 그 방은 혼자 있기에 적절하게 소박하고 호화로운 공간이었고, 한명 이상이 들어가면 어색해지는 그런 곳이었다. 이 방에서 제인 오스틴이나 버지니아 울프를 읽곤 했던 것..
시편 42편“내 영혼아!” 교리: 신론주제: 고난 가운데에서 우리의 기쁨의 소망은 하나님만이 되심을 다시 붙잡고, 오직 하나님만이 우리의 기쁨이 되심을 고백하며 하나님을 찾자.이미지: 행복과 기쁨미션: 아침 묵상 (도입부) 우리는 우리의 상황이 우리가 통제할 수 없게 힘들게 돌아갈 때 우리의 약점이 더 많이, 쉽게 드러나는 것을 봅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감당할 능력이 거의 없고, 상황은 갈수록 거센 파도처럼 우리를 위협합니다. 그 폭풍우와 같은 상황들 앞에 우리의 모습은 강하고 큰 나무가 아니라, 약하디 약한 갈대와도 같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힘겨운 상황들 가운데에서, 버티기도 바쁜데, 우리는 우리의 약점들이 더 많이 드러나는 것들을 보게 됩니다. 이 시험과 고난 가운데에서, 우리의 마음은 자꾸 낙심되..
몰트만은 이 책, 을 통해 균형잡힌 종말론적 신앙을 제시한다. 특히 잘못된 종말론으로 인해 발생한 수없이 많은 이단과 사이비 단체가 있으며, 비단 이단이 아니더라도 한국교회 안에서 종말론에 대해서 목회자가 잘못된 신학을 가지고 선포하게 될 때, 그것이 얼마나 개개인의 현실을 도피하게 하고 병들게 하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책을 한 달 안에 읽는 것은 어쩌면 나에게 있어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몰트만의 책은 그리 읽기 쉬운 책은 아니며 분량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몰트만의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그의 책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참신한 신학적 관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굉장히 균형잡힌 신학자라는 생각이 들게 되기 때문이고 동시에 상당히 넓은 신학적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