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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기도를 하다 문득 하나님의 사랑을 엄청나게 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왕의 자녀.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 위에 있는 것이나 바다 속에 있는 것이나 하나님은 다 우리에게 베풀어 주셨다. 우리에게는 엄청난 자유와 권세가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를 보라. 그는 모든 것을 누릴 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스스로 누리는 것을 포기하고 철저히 그 권세와 자유를 남을 섬기는 데에 사용했다. 권세가 없어서가 아니라 바로 그 권세 때문에, 자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바로 그 자유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섬길 수가 있는 것이다. 아들과 청지기는 하나이다. 깨끗한 마음을 지닌 사람은 하나님의 아들이라 칭함을 받을 것이다. 이 정직함을 회복하는 순간 사람에게는 느부갓네살이 총명을 다시 회복하듯 하나님의 영이 다시 부..
프랑스어가 중급 정도 되니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아무리 좋아하는 것도 고통을 감수하지 않으면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음을 깨닫는다. 제랄드 메이가 사람들이 사랑을 피하고 효율성을 택하는 이유를 사랑이 수반하는 vulnerability 때문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해본다. 내가 벌거벗겨지고, 연약함이 그대로 노출되는 사랑. 사랑은 우리의 맨얼굴을 드러낸다. 그리스도는 우리를 향해 십자가 위에서 뜨겁게 수치스러워지셨다. 한 교인이 일전에 나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초라하게 살지 말라"고 충고한 일이 있다. 당시의 나는 이 맥락이 아버지를 빗대어 말한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아 말을 아꼈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아니오, 저는 초라하게 살 것입니다. 사랑은 그리스도인을 초라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