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19/05/13 (2)
저녁의 꼴라쥬
한국에 오면 상대적으로 새로운 것들의 과잉을 경험한다. 교회 밑의 골목만 해도 일년만에 수십개의 점포가 바뀌었다. 모든 것을 한번만 하고 다른 것으로 넘어가는 습관은 인지적인 층위가 피상적임을 의미한다. 반복은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고, 더 다채로운 것들을 익숙함 속에서 발견하게 한다. 익숙함의 뼈대가 오히려 다채로운 색채를 안심하고 인지하게 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너는 그것을 '더 알아간다' 나는 독일에서 잘 살고 있다. 쓰던 것을 계속 쓰고, 고장나면 고치고, 또 고장나면 또 고치면서 말이다. 그런데 한국에 오니 흰 셔츠가 누래지면 흰 셔츠는 소모품이니 버리고 세일 기간에 두장을 사라고 조언하는 것을 듣는다. 소비의 홍수다. 독일은 분명 한국보다 선진국인데 문명의 선진화는 한국이 더 빠르다. 그러..
20시에 자도 24시에 눈이 떠진다. 시차 적응을 하는 몸은 솔직하다. 너무 개운해서 이번에는 아침까지 잔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 몸은 13시에 낮잠을 잔 것으로 계산해서 15시에 나를 깨운 것이리라. 낮잠을 잤다고 생각하고 개운한가 보다. 그럼 또 04시가 되어야 잠이 오려나. 아무튼 나는 개운한 상태로 5월 13일 새벽에 12일의 수기를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도 04시가 지나서야 잠이 들었고, 09시에 눈이 떠졌다. 씻고 오랫만에 모교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 역으로 향했다. 독일에서는 지갑 따위에 카드가 들어가 있으면 카드 리더기가 읽지를 못한다. 지갑 안에 있는 카드를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신세계다. 한국이 선진국이고 독일이 후진국인 것 같이 느껴진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지나치게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