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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이미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중이다. 열흘이 빠르게 지나갔다. 교토에서 지나치게 행복해서 수기를 작성하는 것도 잊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목욕을 하고 편의점에서 산 계란 샌드위치와 커피등을 마시고, 고운 린넨 셔츠와 바지를 챙겨입고 이치조지나 교토조형예술대학 근처 동네를 산보했다. 지인이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는 더 조용해져버려서, 전차를 타고 북부의 깊은 산자락으로 들어가 온센을 하고, 히에이 산 정상에도 오르고, 교토 남동부 산의 겨드랑이까지 들어가 유도후를 후후 불며 먹었다. 셀프 유폐의 만끽. 숙소는 작은 교회였다. 2층에 20명 남짓을 수용하는 예배당이 있었고, 1층에 화장실과 거실 그리고 작은 방이 있는 전통 가옥이었다. 새벽이면 좁고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 삐걱이는 마루에 엎드..
나는 신칸센 안에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정갈한 주택과 말끔한 맨션들이 지나간다. 서울에서의 5박 6일은 불면 플러스 근면의 시간이었다. 잠들기 전까지 일을 하고, 일어나면 일을 했다. 그 사이에 그래도 지인들을 꼬박꼬박 만나려고 했고,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대화도 나누고 정도 나누고 만감이 교차하는 시간을 보냈다. 하루카를 타고 교토로 가는 길을 나는 좋아한다. 간사이 해협 위를 달리고, 신오사카의 굵직굵직한 도심 건물들을 관통하여 달리다 보면, 가지런히 산의 능선이 물결치고 듬성듬성 검은 목조 가옥들이 등장한다. 서울의 나는 연장전이 끝날 때까지 싸우는 축구 선수와도 같았다면, 지금은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 마냥 칼피스와 화과자를 먹으며 교토를 향하고 있다. 하루 정도는 아무도 없는 산 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