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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꼴라쥬
일어나서 기도와 묵상을 하고, 해가 4-5센치 올라갈 때까지 멍하니 풍경을 바라본다. 머리를 디폴트값으로 만드는 시간이다. 그러면서 이번에 교토에 가도 특별한 일이 없이 어슬렁거리겠구나, 하고 생각한다. 나의 지도교수님도 나처럼 나사가 하나 빠진 스타일이어서 둘이 있으면 참 편하다. 말도 안되는 농담으로 서로 한참을 웃고, 말도 안되는 은유와 비유와 언어유희의 극단을 달린다. 그러다가 연구주제라든가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만 순간적으로 서로 진지해지고, 다시 헛소리로 돌아가는 패턴이다. 그림을 그릴때 나는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전체적인 소묘라고 할까, 그런 것을 할 때는 지나치게 구조적이어서는 곤란하다. 그냥 내가 바라보는 인상 자체를 담아와야 한다. 그리고 나에게서 나오는 선을 믿어야 한다..
역설적으로 쿨링타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그동안 많이 날서 있었다. 그것도 조급증일 것이다. 그러나 생의 그래프에는 리듬이라는 것이 있어서 치고 올라가는 시간만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차분하고 부드럽게 내려오는 시간도 있어야 한다. 그 감각을 길러가는 것이 연륜이라고 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가열되는 쪽으로만 치닫게 되면, 아이러니하게도 자기 의와 교만의 도랑을 만나고 만다. 열정 자체가 의가 되는 것이다. 그건 그냥 생의 약동일 뿐이고, 선물일 뿐인데, 선물로 받은 것을 자랑하는 사람이야말로 그릇이 작다는 반증 아닌가. 부흥은 생각보다 내밀하고 소소한, 수면 밑에서 규칙적으로 진행되는 '은혜와 생명의 리듬'이다. 기도의 자리를 칸트처럼 지키는 것, 말씀 앞에 나아가는 패턴을 매일 수놓는..
나의 개인공간에서나 하는 말이지만 사실 나는 한국에서 많은 선배들에 실망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은혜가 너무도 자신의 욕심을 가리우는데에 쓰이는 것이 견딜수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동료들은 네가 너무 예민한 거라고, 우리는 원래 다 죄인이라고 설득하려 하곤 했다. 그들은 나에게 신앙의 영웅에 대한 그림을 버리라고 충고했다. 그런 건 예수님밖에 없다고. 그래, 정말 그럴까? 정말 그렇다면 하나님은 대체 왜 육신을 입고 이 땅에 오신 것인가? 겟세마네 동산에서 참으로 솔직하게 나는 너무 힘들고 할수만 있으면 안하고 싶다고 피처럼 땀을 흘리며 왜 그렇게까지 열심으로 기도하셔서 십자가를 지셔야 했던 걸까? 왜 우리는 가현설적인 신성에는 집중하고 그리스도의 고난의 인성은 그렇게 얌체처럼 빠르게 지나쳐가는가?..
이전에 사역을 열심으로 하다가 뜨겁게 달궈져 팬소음을 내는 노트북처럼 될 때마다 담임목사님은 나라는 뜨거운 몸뚱아리를 근처 하와이안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서 우클렐레 연주를 들으며 함께 천천히 식사를 하시고, 카페에 데리고 가서 핸드드립 커피를 또 한동안 천천히 마시는 시간을 꼭 마련해주셨다. 그러면 흥분했던 나는 차분하게 가라앉기 시작하고, 다시 내가 먼 길을 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노트북이 쿨다운하는 시간. 어쩌면 나의 이번 학기는 지난 뜨거웠던 2년의 유학생활 시간과 매우 상반된 쿨링타임이 될지도 모르겠다. 슬램덩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윤대협이다. 그가 얼마나 느긋하고 여유로운지 그의 원이름인 '센도 아키라'의 '센'은 '신선'이라는 뜻이다. 이노우에는 이 캐릭터가 밸런스를 ..
암스테르담에서 2009년에 처음 접했던 찬양이었다. 그때 찬양인도자가 찬양을 하다가 그냥 웃어버리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일이 있다. 웃음은 터져나오는 꽃과도 같다. 뿌리에서 힘을 얻은 줄기가 온 힘을 다해 파열하는 순간 웃음과 같은 꽃이 핀다. 사랑하는 연약한 제자가 좁은 길을 어떻게든 따라오려는 작은 몸부림만 봐도 정말 사는 보람이 있도록 기뻤다. 연약한 내가 주님 앞에서 사랑을 고백하며 파열하는 순간 웃음이 터져나왔다. 당신은 나를 질투하시는 분이시군요. 나의 1분 1초의 호흡도 질투하시는 분. 내가 제자를 보는 마음처럼 당신도 나를 이렇게 사랑스럽게 보시겠지요. 저녁기도회에는 특별한 은혜가 있다. 경건한 전통에서 자란 나는 성령께서 정말 자유롭게 역사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선교..
나 자신에게는 단호하고 다른 이들에게는 온유하라. 죄를 용인하는 것이 아니라 화해의 현실성에서 손을 건네라. 손을 건네는 사람이 없이 연약함에 갇힌 사람들이 어떻게 중보를 기대하고, 힘의 부여를 기대하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중보자를 기다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두려움을 쫓아내는 사랑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그저 연약함에 갇혀 신음하며 주님의 긍휼의 빛을 기다리고 있다. 성경의 가르침은 전심으로 주를 찾지 않으면 지킬수 없는 것들이다. 한발이라도 다른 곳에 걸치고 있으면 결코 지킬수가 없는 종류의 것이다. „너 자신을 지켜 세상에 물들지 않게 하라“와 „고아와 과부를 돌보고 약한 자를 위로하라“는 두가지 명령을 지키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차라리 수도원에 처박히는 것이 쉽고, 차라리 세상에 어느정도 ..
글로는 담을수 없는 임재, 임재, 임재... Kim walker나 Misty Edwards 등 여성 찬양사역자들을 보면서 부러웠던 것은, 어떻게 하면 저렇게 뜨거운 임재 안에 늘 거할까였다. 그런데 그 질문 자체가 어리석었음을 나는 깨닫는다. 하나님만으로 채워지려 하는 갈망으로 계속해서 정련하시는 거룩한 불 앞에 나아가면, 그 임재의 뜨거움과 무거움을 이 그릇이 담을 수 없을 정도가 된다. 잔잔한 바람처럼 고요하게 역사하실 때도 있지만, 폭풍과 불과 지진처럼 역사하실 때가 있다. 마치 연인의 사랑과 같다. 나는 그동안 나를 위해 엄청나게 질투해온 하나님의 델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조금이나마 체험했다. 내가 하나님께 가는 길은 윤리의 길도 아니요, 도덕의 길도 아니요, 선과 악의 분별의 길도 아니요, 오직..
1 형제들아 사람이 만일 무슨 범죄한 일이 드러나거든 신령한 너희는 온유한 심령으로 그러한 자를 바로잡고 너 자신을 살펴보아 너도 시험을 받을까 두려워하라 2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 3 만일 누가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된 줄로 생각하면 스스로 속임이라 4 각각 자기의 일을 살피라 그리하면 자랑할 것이 자기에게는 있어도 남에게는 있지 아니하리라 5 각각 자기의 짐을 질 것이라 6 가르침을 받는 자는 말씀을 가르치는 자와 모든 좋은 것을 함께 하라 7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8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질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 영생을 거두리라 9 우리가 ..
나는 하나님이 참 좋다. 내가 각을 떠서 드리면, 그분은 새 것으로 바꾸어서 내게 주신다. 사실 내 삶은 이런 진자운동의 반복이다. 기도로 정신을 차리고, 다시 현상들에 부딪혀 피범벅이 되고, 연약함 중에 '나는 물안개와 같습니다. 나를 붙드소서'라고 기도한다. 음, 신앙이 (얼핏 보기에) 컨디션이 좋을 때는 차가 잘 나가는데, 정말 엉망이 될 때가 있다. 그때야말로 내가 가장 형식적으로 되거나 두 손 놓고 퍼지는 시간이다. '주께서 원하시는 것은 상한 심령이다' 이 문장을 진실된 사랑으로 읽다가도, 그런 일방적인 사랑을 이용하는 내가 정말 싫어졌었다. 당신은 나를 진실되게 사랑하는데, 나는 받고만 앉아서 크게 사랑하는 것을 그만둔다니. 바울은 '나는 매일 죽노라'라고 고백한다. 나에게는 사실 편지의 이..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기도를 하고 능력을 받으면 꿈에서 원수를 이기기도 하고, 기도가 부족하면 원수에게 기가 눌리는 그런 꿈을 꾼다. 꿈에서 내가 날아다니고 있다면 나는 그걸 영적 상태가 꽤 좋은 것으로 해석해오곤 했다. 그런데 이번 꿈은 좀 달랐다. 강도가 버스에 들이닥쳐서 처음엔 두려워하다가 내가 능력이 있는 것을 깨닫고 그 능력으로 날면서 강도들을 다 지구 밖으로 던져버렸다. 보통은 이렇게 기분좋게 끝나는데, 박사(나는 꿈에서 그를 박사라고 불렀다)같이 생긴 이가 버스에 들어왔고 나는 그와 겨루었지만 승부가 나질 않았다. 압도당하지는 않지만 이길수는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이 도시(그는 버스를 도시라 불렀다)를 멸망시켜야 하니 여기서 나가라고 했다. 나는 그 버스에서 나왔고 능력이 약..